연중 제5주일 (2/9/2020) 가스펠: 툰 & 말씀과 삶 (교우 컬럼)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오 복음 5, 13-16.
말씀과 삶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온 세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보편적 인간의 본성(?)이 시험받고 있다.확산을 우려하는 세계 각국은 사시(斜視)로 중국을 쳐다보면서도 그 대처에 골몰하며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독한 신종 독감의 발병 원인은 여러 각도로 과학자들이 탐구하고 있다.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략 지구 온난화로 인한 따뜻한 겨울이 원인이라는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 같다. 여하튼 이러한 전염병은 인류 역사에서 보면 아주 흔하게 나타났었다. 지금은 거의 없어진 한센씨병(나병)이라든가 천연두, 콜레라, 페스트 등 치명적 전염병에 속수무책이었던 인류는 또 다시 새로운 적과 맞서고 있다.
병의 원인도 모르고 오히려 확산에 기여한 어처구니 없었던 고대의 의학 지식은 지금의 환경에서 볼 때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런데, 물론 완전치는 못하나 의학적으로 훨씬 좋은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몇 천년 전의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미신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게다가 이런 공포심을 부추기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 모리배들, 한 술 더 뜨며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한국 언론들의 행태는 민망하기 짝이 없다.
성경에 나타난 전염병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상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전염병에서 일단 격리시키는 일이 제일 먼저 이루어진다. 나병에 대한 공포는 천형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뿌리깊다. 당연히 나병환자는 그들만이 거주하는 장소로 내몰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엄격히 금했다. 현대에도 이 방법이 일단 최선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 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말씀해 주시리라. (이사야58,7-9ㄱ)
이사야는 가련한 이들을 돌보지 않고 더우기 다른 어려운 일을 당한 혈육이 찾아올 때 그를 피해 숨는 행위를 맹렬히 비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성 때문에 중국을 방문했던 자국민과 교민들을 아산과 진천으로 나누어 수용하고자 했을 때,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보면서 이사야서의 말씀이 자연스럽게 와닿았다. 전염병에 대한 전근대적 사고는 그렇다치고 배타적 지역 이기주의는 그렇지 않아도 좁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 백성이 지양해야 할 일이다.
“네가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이사야 58,9ㄴ-10)
뜻밖의 재난을 당한 혈육에 대해 매몰찬 언어와 행동을 할 때 세상살이는 더욱 불행해 진다.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보다 이를 대하는 정치권 일각, 언론이나 극히 일부 해당 주민들의 편의적 대응 상황이 더 위험스러워 보이며, 인간의 순수한 인간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사야의 경고처럼, 그들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고 지역 이기주의로 내뱉는 ’나쁜 말’은 치워버릴수록 세상은 더 살 맛이 날 것이다.
성경은 그리스도교의 경전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인류 역사를 축약한 기록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선악의 행위가 기록되어 있으며 신이 했건 자연적이던 일어날 수 있는 광대한 우주의 변화와 자연재해도 기록되어있고 미래에 틀림없이 일어날 일과 일어날 수 도 있는 일까지도 기록해 놓았다.
이번 주일 미사의 제1독서는 이사야서의 말씀이다.
예언자 이사야는 갈 길을 잃은 유다인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심기일전, 아산 진천 주민들이 우한 교민들에 대해 따뜻한 환영의 프래카드를 내걸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암흑 속 같았던 마음이 훤히 밝아오는 느낌이 든다.
지금 미국에서도 강력한 인프루엔자가 대유행이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혹시 어떤 이상을 감지했다면 소금물로 가글링을 수시로 할 것을 권장한다. 마침 이번 주일의 복음은 소금과 빛에 관한 비유 말씀이다. (김웅배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