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왼손 그리고 입
우리가 신앙 생활을 하면서 알고 있는 많은 상식 중에 “왜 그렇게 하는 거지?” 하면서 의문을 갖지 않는 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성체를 모실 때 “왜 왼손이 위로 오른 손이 아래로 해서 성체를 받는지?” 하는 것입니다. 저도 첫 영성체를 할 때 배운 그대로 지금까지 해오고 또 그렇게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보통 한국 교회에서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받쳐드는 모습으로 성체를 모신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오른손을 주된 손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일반적인 통념이나 신앙적인 부분에서 오른 쪽이 가진 “바르고 정의롭다”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체를 받아 모시면, 먼저 왼손 위에 성체가 놓여지지만, 성체를 집어 모실 때는 오른손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인 것이죠. 참고로 두 손으로 성체를 받는 모습은 소중한 것을 다루는 인간의 자세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왼손을 위에 오른손을 아래에 해서 두 손으로 성체를 모시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신부님들이나 또는 봉사자들이 성체분배를 할 때, 성체를 받아 모시는 손의 모양과 위치를 보고 이 사람이 가톨릭 신자인지 아닌지를 판가름 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성체를 모시는 손의 위치와 모양에 대한 교회 안에서의 규정은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신자들이 한 마음으로 또 경건하게 성체를 받아 모시도록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가르쳐 온 전통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체를 받아 모시는 방법에 대한 규정 중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주된 손, 곧 주로 쓰는 손으로 성체를 집어 받아 모실 수 있도록 한다.”라는 규정 입니다. 사람마다 주로 쓰는 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오른손이 위로 올라 오든, 왼손이 위로 올라 오든,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 가톨릭 신자여야 성체를 모실 수 있는 것이다”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잘 지키기 위해 통일하여 오른손이 아래로 왼손이 위로 올라 오도록 손을 포개어 성체를 받는 모습이면 더욱 좋겠죠.
보편교회 안에서는 사실, 손의 모양과 위치의 문제보다 더 크게 대두된 문제는, 성체를 모실 때, 손으로 모셔야 하느냐, 아니면 입으로 직접 모셔야 하느냐는 문제 였습니다. 입으로 모시는 이유는, 생활 속에서 여러 모로 쓰이는 손은 더러울 수 있으니 입으로 직접 모시는 것이 주님을 받아들이는 더욱 경건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면, “입을 벌려 무엇인가를 받아 먹는다”라는 의식 때문에 그렇게 하기를 꺼려할 것이기에, 가톨릭 신자인지 아니면 비신자인지 가려내기가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또 우리 교회 안에는 입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는 전통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는 것입니다.
보편교회는 그래서 성체를 입 또는 손으로 받아 모시도록 모두 허용 했습니다. 다만, 이 모든 방법들이 성체와 성혈에 보이는 우리의 지극한 정성과 경건한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체를 왼손으로 집든, 오른손으로 집든 성체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해가 되지 않는 모습으로 성체를 모셔야 한다는 것을 더 깊이 되새겼으면 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되도록이면 통일하여 지금과 같이 왼손을 위로 오른손을 아래로 하여 성체를 받고, 오른손으로 집어 성체를 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방법이 우리의 성체에 대한 경건함을 드러내고 우리 신앙을 지키는데 좋은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