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4주일 (2020) 강론
오늘 예수님께서는 태어나면서 눈이 먼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당신의 침과 흙을 섞어 만든 진흙을 그 사람의 눈에 바르고, 실로암으로 가서 씻으라고 하십니다. 그 사람은 앞이 깜깜한 먼눈에 진흙을 바른 채 실로암으로 갔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기 위해서 였죠. 그 순간 세상에 태어나 한번도 빛을 보지 못한 사람의 마음에 어떤 감흥이 있었을까요?
세상을 한번이라도 보고 눈이 멀었었다면, 아마도 더 다시 보고자 하는 열망과 애절함이 있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애초에 빛을 보지 못하면서 태어난 이 사람에게는 하느님이 만든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마음 속에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앞을 보아 왔던 사람이 시력을 잃으면 더 처절히 앞을 다시 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물어보는 “저 사람은 누가 죄를 지었기에 눈이 먼 것입니까? 저 사람입니까? 아니면 그 부모입니까?” 라는 질문이 답하십니다. “그 누구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일어나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 눈먼 사람이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이제 “다시 보는 것” 이 아닌, “처음 보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처음 하느님이 세상에 빛을 처음 창조하실 때의 일이 그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이죠. 예수님은 그 눈먼 사람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창조가 일어나려고, 그렇게 눈이 멀어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신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움”을 생각하면, 항상 따라 붙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순수함” 입니다. 지난 해 저의 조카가 태어났을 때, 여기에서 저는 영상통화로 저의 조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울컥 하는 마음과 함께 눈물이 났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눈 앞에 있고, 또 그 생명이 저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 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어서 드는 생각이 저 “순수함” 앞에서 저를 포함 하여 모든 가족들이 맑아지고 기쁨에 젖어 들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수함”, “깨끗함”, “새로움” 앞에서는 누구도 거짓 스러운 모습을 다 내려 놓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덩달아 저 역시도 새로 태어난 저의 조카를 보면서 맑아지고, 새로워지고, 순수해 지는 느낌 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었던 그 사람의 눈에 다가온 세상의 빛은 그대로 순수 했고, 또 순수한 눈, 보는 대로, 경험한 대로, 진실을 이야기하는 눈이었습니다. 바리사이들 앞에서도 거짓됨 없이 순수하게 자신이 보게 된 이유와 바로 예수님이 자기에게 하신 일에 대해 용기 있게 증언 했습니다. 한번도 거짓된 것을 본 적이 없는 순수한 눈이었기 때문 입니다. 거짓을 몰랐던 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에게 새로운 창조를 행하신 예수님은 바로 그렇게 순수하고 새롭지만, 한편 진실과 진리를 증언할 강한 힘이 거기에서 나오도록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래서 복음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눈먼 사람 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진실과 진리를 보는 눈과 마음은 하느님을 통해서만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진리를 증언할 힘이 나옵니다. 스스로 ‘나는 잘 본다’ 하고 이야기하는 바리사이들은 자기의 사회적 위치와 체면 그리고 예수님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의 안경 또는 들보 때문에 맑고 순수하며 새롭게 보지 못하고 굴절된 세상을 보고 있었 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나는 잘 본다’하고 이야기 하는 바리사이들 이었던 것이죠.
예수님은 오늘 없었던 육체적 눈을 그 사람에게 주시면서, 새롭고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 보게 하시면서, 오늘의 우리에게 항상 새롭고 순수한 영적인 눈을 가지라고 이야기 하시려고 했던 것입니다. 내 스스로 만든 또는 내 스스로 해석한 율법 또는 굴곡진 내 마음의 거울과 렌즈를 통해서가 아닌, 하느님께서 처음 우리에게 주신 순수함과 새로움으로 정화되고 회복하면서 세상 안에서 온전히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보고 전하기를 바라십니다. 사순 시기는 바로 그렇게 회복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정화하고 다시 회복하는 이 시간들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그 고통으로부터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나올 것입니다.
오늘 사순 4 주일은 “기쁨의 주간”이라고도 불립니다. 진정 기쁘고 행복 할 수 있는 길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께 우리를 이 사순 시기 안에서 잘 봉헌해 드렸으면 합니다. 매일이 마치 새롭게 내 눈을 갖게 된 사람처럼, 회개하고 정화하는 삶을 힘있고 용기 있게 살아 나가길 기도 하며, 이 어려운 시간들을 지냈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지금 다시 깨끗 해지려고 무서운 질병과 싸우고 있죠. 방역과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로 건강을 다시 찾으려는 많은 병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 안에서도 멀리 떨어져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만, 영적으로 기도 안에서 서로서로 기억하며 하느님께 도움을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