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뿌린 씨앗이 왜 길바닥과 돌밭에 떨어졌나?
예수님의 유명한 씨 뿌리는 사람의 관한 비유 말씀을 읽으면 의문이 생기게 된다. 농부는 왜 씨앗을 돌밭이나 길에 떨어뜨렸을까? 우리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비유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당시 파종법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농사를짓는 것과는 방법이 다르다. 씨앗을 뿌리는 방식이 우리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는 순서가 달랐다. 우리는 밭을 고른 다음 씨를 뿌리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 반대였다. 우리의 전통적 파종 방식을 보면 밭을 갈고 나서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는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쟁기로 갈지도 않고 그냥 씨를 뿌리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곡물 씨앗을 뚜껑이 없는 바구니나 나귀 등에 매단 주머니에 담아 밭으로 가져가서 손으로 직접 뿌렸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씨를 뿌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씨앗을 가지고 나가 바람에 날리면서 한번에 뿌리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씨앗은 길가에 떨어지고 더러는 돌밭 혹은 가시밭 그리고 좋은 밭에 떨어졌다. 다른 방법은 나귀 등에 씨앗자루를 실어 놓고 자루 밑에 구멍을 뚫은 후 나귀를 돌아다니게 했다. 그래서 어떤 씨앗은 길가나 돌밭, 가시덤불에 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씨앗을 규칙적으로 뿌리지 않았기에 실제로 자기가 어디에 씨앗을 뿌렸는지 알 수 없었다. 씨앗이 가시덤불에 뿌려졌는지 돌밭에 뿌려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우리나라 농토를 보면 밭과 길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당시 이스라엘 농토는 사정이 달랐다. 이스라엘 밭에는 길이 따로 없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이스라엘 밭은 4월 추수 후 부터 10월 파종기까지 묵혀두기에 사람들이 밭 사이로 지나다녀 길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 수가 많아지다 보면 자연히 조그만 길이 밭에 나기도 했다. 또 농부들이 밭갈이를 할 때 길이 나 있으면 굳이 그곳을 갈아엎지 않고 그냥 내버려둘 때가 많았다. 길바닥에 씨가 떨어져도 농부가 흙으로 덮어주지 않으면 새가 와서 쪼아먹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돌이 많아서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에는 파종이나 쟁기질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스라엘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 전에 밭에서 돌을 걷어내 한쪽에 쌓아두거나 아니면 연속해서 길게 쌓아두었다. 이렇게 해서 밭과 밭 사이 경계를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짐승들이 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지턱으로 삼기도 했다. 그리고 특별히 돌이 많아서 경작을 하기 어려운 밭이 있으면 곡식 농사를 포기하고 거친 땅에서도 잘 나라는 포도나무를 심기도 했다. 또 팔레스타인 지역은 농토가 부족했기 때문에 농사가 가능한 곳은 어디든지 밭으로 개간했다. 또 농부가 밭에 씨앗을 뿌리지만 겉은 흙으로 덮여 있고 속에는 돌이 많이 박혀 있는 곳도 많았다. 땅 속에 가시나무 잔뿌리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서 씨앗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곳 또한 많았다. 이 때문에 보통 농부가 뿌린 씨앗 중 무려 4분의 3 정도가 손실되었다. 예수님이 이처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신 것은 의미심장하다.
<평화 신문, 2004년 10월 17일, 허영엽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