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예물과 미사 지향
미사에서 흘러나오는 효과를 자신의 지향대로 적용해 주기를 요청하며 사제에게 주는 예물을 “미사 예물”이라고 합니다. 8세기부터 서방교회에서 미사에서 누룩 없는 빵을 쓰고, 봉헌 행렬 때 빵 대신 돈을 바치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봉헌된 돈은 주로 성직자의 생계 지원에 쓰여졌습니다. 이 때부터 “미사 예물” 관습이 생겼는데, 예물을 봉헌한 교우가 요청한 특정 지향에 따라 사제가 미사를 거행하는 관습입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미사 예물에 법적 개념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예물과 미사의 관계가 희미해지고 예물은 쉽게 돈으로 대체되면서, 계약 성격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곧 사제에게 물질적인 예물을 주고, 그 대가로, 사제에게서 미사에서 나오는 영적인 예물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미사지향과 함께 예물을 봉헌 신자가 그 미사의 은총을 독점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미사 자체보다 그 효과에 더 관심을 갖게 하는 부작용을 만들었고, 미사 예물만 봉헌하고 미사 참여에는 소홀하게 하는 모습도 낳게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현대 전례 개혁에서는 미사는 거행 자체가 중심이며, 영성체로 절정에 이르는 신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곧, 모든 미사는 하느님께 드리는 찬양과 감사이며 모든 이의 구원을 향하여 열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교회법에 따라 사제는 미사 예물을 받으며, 하루에 한 미사, 한 미사에 한 지향이 원칙이지만 예외들이 있습니다. 또한 교구장 주교와 본당 주임은 주일과 의무 대축일에 한 미사는 예물 없이 자기 교우들을 위하여 거행해야 합니다. 미사 예물은 근본적으로 교회의 봉헌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결합하여 하느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미사에서 자신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시며 사람들에게 양식으로 내어 주십니다. 이제 하느님은 예수님께 받은 제물을 은총으로 바꾸어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십니다. 이렇게 미사 예물을 바치며 미사에 더욱 깊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우들은 자기가 요청한 지향에 따라 거행되는 미사에 영성체를 하면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미사 예물은 사고파는 거래가 아닙니다. 따라서 “미사 예물을 바쳤으니 이 미사는 내 것이다.” 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제가 미사 중에 지향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원칙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교우들이 미사 지향을 청하면서 미사 때 이름을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에는 교회 전체의 미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잘못, 또는 영적인 이익보다 인간적인 만족을 앞세우려는 유혹이 숨어 있습니다.
미사 지향으로 예물과 함께 봉헌을 했다면, 그 효과는 미사 중에 사제가 이름을 부르는 것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기도, 곧 사제의 직무를 통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하느님 자비와 교회의 기도에 의탁하는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6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 형제회)>